UMSL 얘기

우쒸... 몇 년이냐...

남궁Namgung 2008. 10. 2. 06:48

 

 

 

한달에 한번, 많으면 두번 정도 레이트 스쿨 데이라 해서 평소 8시 반에 시작하는 유빈네 학교가 이날은 한시간 늦게, 9시 반에 시작한다. 그래서 데려다 주기에도 좀 여유가 있다.

 

수요일에만 해당이 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지난 번에는 깜빡 그 날을 잊어서 평소와 똑같이 갔다가 휑한 운동장을 보고 그때서야 생각하기도 했었다. (실수는 한번만!)

 

그래서 오늘은 좀 여유있게 아침을 준비하고, 유빈이를 데려다 주고 학교로 왔다. 요즘은 날씨가 아주 좋은데, 그래서 그런지 학교가 더 힘차 보인다. (그러다가 주말만 되면 텅텅 비고...)

 

오늘 수업은 없지만 제출해야 할 과제물도 있고, 중간 시험(midterm)으로 제출해야하는 것도 있어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그래야 문법 틀린 곳이 없는지 몇번이고 점검 해보고, 마지막으로 롸이팅 랩(writing lab)에 가서 그래도 틀리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교정을 본 다음에 제출할 수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롸이팅을 하면 원어민 검토 없이 그냥 제출을 했었고, 교수들이 내가 쓴 것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한두 문장 정도는 문법이 틀린 여부를 떠나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고 써 놓는 부분이 있기에 되도록이면 롸이팅 랩에 들러 점검을 하고 제출하기로 결심했다.

 

"우쒸... 내 영어 공부가 몇년이냐... 그런데 아직도 내가 쓴 문장이 무슨 소린지 모른다고 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래도 원어민 점검을 해 보면 생각보다 틀리거나 어색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아 내심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언어라는 벽이 얼마나 높은지 "계속 계속"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 롸이팅 랩은 학생들(원어민이든, 인터내셔널이든)의 아카데믹한 롸이팅을 위해서 무료로 쓴 글을 봐주고 있다. 이곳에 올때는 과외 비슷하게 롸이팅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조언을 받을 계획까지도 세웠었는데, 잘 된 일이다.

 

학부도 그럴 것이고, 석사과정도 그럴 것이지만, 미국의 박사과정(특히 인문, 사회계열 등)은 뭐니뭐니 해도 리딩이다. 무엇을 하던 수십, 수백페이지 되는 책과 저널과 논문을 읽고, 그런 후에야 그 내용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히고, 여러 견해를 종합해서 자기의 의견을 밝히게 된다. 당연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 것은 리딩이다.

 

뭐, 우리나라도 그럴 것이고, 영국에서의 경험으로도 많은 자료를 읽고 나서 그에 대한 견해를 써서 제출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은 정말 그렇다. 이런 과정, 즉 어떤 한 사람이 자기 분야를 연구해서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 놓고, 다른 사람은 그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또 내 놓고, 이렇게 해서 축적된 연구물들이 각 분야별로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니, 꼭 인터넷에 있는 정보 뿐 아니더라도 종이로 출판된 정보의 양은 당연 영어로 된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미국 (혹은 다른 영어권)으로 유학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암튼, 글을 읽을 때마다 각 분야별로 아주 세부적인 분야까지 연구되고, 그 연구를 비판한 연구도 많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아직 초짜라...).

 

그리고, 이렇게 많은 리딩을 소화해 내야 하는 내 현실에도 놀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