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사랑하는 L집사님!'

남궁Namgung 2008. 9. 29. 04:31

 

 

 

교회에 들렀다가 끝난 후 밥(떡)을 먹고, 처자식을 뒤로 하고 다시 학교로 왔다. 제출해야 할 몇몇 과제와 읽어야 할 몇몇거리들이 있어 볕 좋은 일요일 오후를 또 여기서 보내야 할 듯 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리 날이 좋으면 공원 놀이터에라도 데리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맘 뿐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는 "세인트루이스 한인장로교회"다. (http://www.kpcstl.org/)

 

이 지역도 꽤 큰지라 교회가 몇개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꽤 있지만, 여기에 와서 주위 분들의 추천으로 이 교회를 다니고 있고, 아마도 이 근처에서는 가장 큰 한인교회가 아닌가 싶다. 처음에 갔을때는 그 많은 한국 사람들을 보고 놀랐을 정도였다.

 

'교회에 나온 사람들이 이 정도이니, 여기에 사는 한국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아무튼, 이 교회의 목사님이나 다른 교인분들, 모두 좋으신 분들이고 특히나 애들에 대한 교육도 아주 세심하고 친절하게 해 주고 있어서 애들도 좋아하면서 일요일마다 따라 나오고 있다.

 

일요일에 가면 '주보'를 하나 들고 예배당으로 들어 가는데, 첫면에는 그날 예배 순서, 그리고 바로 다음 장에는 목사님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목회자 칼럼'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는데, 다른 글들도 대부분 읽지만, 그 칼럼은 어떤 때는 몇번씩 읽을 때도 있다. 글도 잘 쓰시지만, 외국에 살면서 공부하면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아주 친밀감 있게 쓰셔서 가슴에 와 닿는 글들이 많다.

 

오늘은 교회에 갔더니 '사랑하는 L집사님!' 이라는 제목으로 쓰셨다.

(실명을 쓰셨었지만 여기서는 그냥 줄여서...)

 

그 L집사님이라는 분은 이곳으로 공부하러 오셨다가 뜻하지 않게 대장암이라는 큰 병에 걸리셨고, 그 치료를 위해 가족들도 고생하셨지만,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의 도움도 눈물 겹다는 내용과 나머지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하시지만 꼭 쾌유하셔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나는 그 분을 한번도 본적이 없고, 이름도 오늘 처음 들었지만, 오늘 설교를 통해 들으니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한 시간 가까운 설교도 모두 그 분의 강한 의지를 바란다는 요지로 하셨다.) 한국에서 유명한 대학을 졸업하고 공부를 위해 오셨다가 갑자기 병을 발견하셨다는데, (교회 설교였던 만큼) 하나님을 원망하지 말고, '믿음의 끈'을 놓지 말고 반드시 암을 이기고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 오라는 말씀을 몇번이고 반복하셨다.

 

그 분을 잘 모르는 나도 설교 내내 그분이 안쓰러운 마음에 찡하던데, 그 분을 잘 아는 다른 분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2층에 있었지만, 그 2층에 계신분들은 물론이고, 아래층 본당에 있었던 분들 모두 눈물을 감추시기 바쁜 듯 보였다.

 

 

짧은 이곳 생활이지만, 여기도 우리나라에서 겪는 대부분의 일들이 모두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누군가가 아픈 일이 있고, 고통 받는 일이 있고, 기쁜 일도 있다. 혹 누구는 성공해서 주위의 부러움을 살고, 혹 누구는 좌절하는 모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이, 그 일어나는 장소가 머나먼 타국이라는 점이 그 느낌을 더욱 더 크게 하는 것 같다. 아프더라도 여기서 아프면 더 아픈 것 같고, 슬프더라도 여기서 슬프면 더 슬픈 것 같다. 안쓰러운 느낌도 여기서 갖게 되면 그 감정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유학 오는 사람들은 모두 돈 많은 사람들, 부모가 돈 많은 사람들인 것으로 알았는데, 정말 힘들게 고생하며 공부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만 이렇게 고생하면서 공부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나보다 더 힘든 과정(나는 이제 두달 밖에 안되었는데!)을 거치셨거나 그런 과정 중이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주위 분들과 대화 나누면서 알게 된다.

 

그러면서 타국에서 고생하는 서로에 대한 이해나 공감대가 더 커지는 것 같고, 그래서 저런 안타까운 일을 보면 더 울컥하고 안쓰러운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100명이 있으면 저마다 가슴저린 갖가지의 사연 100가지가 있을 듯한 그런 생활이 바로 유학생활, 이민생활, 타국생활이 아닌가 싶다.

 

그 분은 아마 이번주에 귀국하시나 보던데, 그분을 잘은 몰라도 귀국하셔서 병마 모두 물리치시고 건강을 다시 찾으시길 나도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리고, 와이프도 돌아오는 차에서 얘기했지만, 나나 가족 모두 건강할때 건강 챙겨서 오래오래 아프지 않고 행복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는 다짐도 해 보게 된다.

 

(** 글을 쓰고 인터넷 검색해 보니 저 위 교회 홈페이지에 목사님의 글을 매주 올려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