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SL 얘기

첫 시험...감독관

남궁Namgung 2008. 9. 26. 03:34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가방을 싸고 나오던 길에 한국에서 오셔서 이 대학에서 엠비에이 과정을 하고 있는 분을 만났다. 나보다 약간 나이를 더 '드셨'지만, 서로 나이 먹고 고생한다는 느낌을 눈빛으로 교환하면서 서로 위로해 준다.

 

어제는 아침에 도서관에 도착해서 장비를 풀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메일을 확인하니 나의 지도교수신 닥터 클링어께서 이메일로 시험 감독관을 같이 할 수 있으냐며 전화를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9시 반에 시험 시작이라고 써 있어서 급히 도서관에 있는 전화로 교수님께 전화했더니 역시 같은 말이다. 9시 25분까지 사무실로 와달란다.

 

'설마 나 혼자 시험 감독관 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으로 얼른 가방을 다시 쌓고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지 않아도 엊그제 나보고 시험지 복사를 맡겨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그 시험이었다.

 

교수님의 말씀은 자기와 함께 문제지를 나눠주고, 시험 시간에는 교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부정행위를 하는지 감독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 별건 아니군...'

 

교수와 함께 교실로 향했는데, 막상 가보니 교실이 아니라 대강당이었다. 교수님 강의가 유명한지 200여명이 족히 넘어 보였다. 엊그제 시험지 복사를 맡길때 260매를 맡겼으니 대략 그 정도의 학생이 수강을 하나 보다. 프레쉬맨들이라고 하고, 그래서 그런지 문제도 모두 4지 선다형에, 그때 문제를 보니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은 정도...

 

아무튼 답안지와 시험지를 나눠주고, 교수님께서 간단히 나를 설명하며 '저 친구도 한국경찰에서 왔기 때문에 나 만큼 의심이 많고, 무술도 잘한다'고 말한다. 몇몇이 웃는 소리... 사실 그 교수님도 이곳 미국에서 약 4년 정도 경찰관을 하다가 진로를 바꿔 학계로 들어선 분이다. (http://www.umsl.edu/~ccj/faculty/klinger.html)

 

그래서 그 교수님이 내 지도교수님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이유로 약간 정이 끌리는 교수님이다. 하지만 성격이 터프해 보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은 쉽게 가까이 하기 어려운 분이기도 하다.

 

암튼, 그래서 시험을 시작해서, 별다른 사고(?) 없이 잘 끝났다. 별로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뭔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생기는 계기였다. 그러지 않아도 돈을 받고, 별다른 도움이 안되어서 약간 미안한 느낌을 갖기도 했었는데...

 

그 교수님도 답답할꺼다. 박사과정생이라고 들어 와서는 영어도 잘 못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일을 시키면 잘할까 싶기도 할 것이고...

 

앞으로 눈부신 활약상을 보일 일이 있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