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e News

불효자는 웁니다

남궁Namgung 1999. 9. 14. 19:56










안녕하십니까... 처음뵙겠습니다. 저는 남궁현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하면 저는 1997년에 경찰대학을 13기로 졸업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전경대 소대장으로 부산에서 기동대 소대장으로 각각 1년씩 근무를 하고 대전 동부경찰서 삼성파출소장으로 2개월여 근무를 하다가 현재는 서울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연재할 칼럼은 거의 경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찰 현직에 있으면서, 그리고 경찰에 대해 별로 알지도 못하는 젊은 경찰관으로써 느끼는 이런저런 생각에 대해 그리 좋은 글솜씨는 아니지만 여러분께 전해드릴 생각입니다.



많은 성원을 감히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혹 제가 쓴 글과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께서 정곡을 찔러 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남궁현 홈페이지
위문방문하기(http://namgunghyon.pe.kr)









불효자는 웁니다




도둑맞은 88오토바이

얼마전이기는 한데 정확한 날짜는 잘 모르겠다. 전에 집에서 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던 88cc
오토바이가 다른 새것으로 바뀌어 있기에 아버지께 어떻게 된것이냐고 지나는 말로 물었더
니(나는 전의 것이 워낙 낡아서 다시 새것으로 사신 줄 알았다) 아버지께서는 밖에 세워 놓
았더니 밤 사이에 어떤 도둑놈이 훔쳐 간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
씀도 안 드리고 아버지도 그때는 아무 말씀 없으셨는데, 그 후에 내가 있었던 다른 자리에
서 하시는 말씀이 경찰에 신고해봐야 오토바이는 찾지 못하고 괜히 왔다 갔다만 하고 귀찮
을 것이 분명해서 일부러 파출소나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아버지, 찾으실수 있으니 신고하세요?

그 자리에서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지만 경찰관인 자식으로써 순간 참으로 내가 무능력
하다는 것을 느꼈고 혹시 동네 사람들이 경찰이 있는 집에서 도둑을 맞았다고 비웃지는 않
을까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범인 검거율이 구십몇퍼센트니 아무리 해
도 우리나라 치안의 현실은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몸소 느꼈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아버
지한테 자신있게 '아버지, 그래도 경찰서에 신고하세요. 우리 경찰의 수사력은 아주 뛰어
나니 아버지께서 조사 받으실때는 좀 귀찮고 힘드실줄은 몰라도 꼭 찾으실수 있을꺼예요.'라
고 자신있게 말씀 드릴수 없는 내 자신이 얼마나 죄송스럽던지... 차라리 내가 경찰관이 아
니었었고 경찰과 아무런 緣도 없었다면 아버지와 같이 훔쳐간 도둑놈도 욕하고 도둑놈에게
욕하는 만큼 그 시간에 우리 동네 순찰을 잘하지 못한 동네 파출소 경찰관의 욕도 같이 했
을텐데 그러지 못했고, 혹 우리 아버지께서도 경찰은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욕하고
싶으실텐데 자식놈이 경찰이니 그러지 못하셨는지도 모르겠다.



경찰서장의 집에도 도둑이 들어가고...

이런 경우가 바로 경찰이기 때문에 더 욕먹는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이다. 언젠가 고관집만
을 털었다는 어떤 절도범이 다녀갔던 집 중에 현직 경찰서장의 집이 포함되어있었다. 물론
일반인들이 비난 한 것의 중심은 경찰서장의 집 어디어디에서 얼마얼마의 현금봉투가 발견
되었다는 사실이었지만, 그것보다는 일개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장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이 훨씬 더 우스운 일이었고, 일반 시민들은 우리 동네는 괜찮을까 걱정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을게다. 나도 그 일을 보면서 '참 한심한 서장이다, 서장네 집이 털리
는 정도이니 다른 사람집은 더 볼것도 없겠다'하고 생각을 했는데 그 후 얼마 안있어 바로
우리 집 오토바이를 도둑 맞았으니 더 이상 할말을 할 자격도 없어진 것이다.




변칙보고

이 것도 얼마전인데 국민일보 기자들이 하루 날을 잡아서 서울경찰청에 접수되는 112 절도
신고를 추적해서 그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었는가를 보도한 적이 있다. 통신으로 그 기사를
보았기에 지면으로는 얼마만한 크기로 실렸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을
것이 분명하고 또 기사 내용도 매우 구체적인 것이었다. 要는 경찰이 긴급전화인 112로 접
수 받은 신고의 상당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불발견이나 오신고 등으로 변칙처리한다는
것이었다. 모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기사화되어 일반인에게 널이 알려지니 경찰관
의 한사람으로써 부끄럽기 짝이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은가 앞날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선 나는 길지는 않았지만 2개월여 동안 파출소에 있으면서 왜 파출소의 경찰관들이 신고
를 접수하고 불발견이나 오신고 등으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을수 없나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를 할수 있다. 우리나라 범인 검거율이 구십 몇퍼센트니 어쩌니 하는 이면에는 바로
이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범인을 못잡을 것 같으면 아예 상부에 보고하지 말아야 한
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부에 보고를 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야 다른 경찰서나 경찰청과 비교했을때 우리 경찰서나 경찰청의 검거율이 떨어지지 않기 때
문이다.



또한 우리 시민들 또한 우리나라 범인 검거율이 구십 몇퍼센트라고 하면 의아해 하실 것이
분명하다. 우리 동네 누구네가 엊그제 도둑맞았고, 어제는 누구네에 좀도둑이 들어서 무엇
을 훔쳐갔고 오늘은 누구네에서 뭔가 없어졌는데 범인 검거율이 구십퍼센트대라고? 그러면
서도 막상 자기네 집에 어떤 도둑이 들어서 돈 몇만원이나 자전거 혹은 그외 크지 않은 것
을 훔쳐가면 친절하시게도 알아서 신고를 하시지 않는다. 많은 시민들께서는 우리 아버지
의 생각처럼 신고해봐야 귀찮기만 하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범죄는 예방이 최고

다른 대부분의 일들처럼 범죄는 예방이 최고임에는 틀림없다. 도둑, 강도가 우리 집에 들어
와서 뭔가를 훔쳐갔다가 그 놈을 잡아서 다시 그 뭔가를 찾았다 해도 아예 들어오지 않았던
때와는 다르다. 이처럼 우리집에는 안들어 오겠지, 우리 가게에는 별일없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잠궜던 문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아주 중요한 것이 있
으면 경찰의 협조를 받거나 민간경비회사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우리 경찰도 이제는 무슨 사건이 터지면 그저 보고하지 말라, 잡을 수 있을 것만
보고 하라는 등등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을 하실 것
같으면 그 정도는 나도 예상하고 있다.)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의
범인 검거율이 50%가 채 되지 못하는 것은 그 나라 경찰관의 능력이 우리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바로 위에서 말한 이런 차이점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러분께 하고픈 말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혹시 대단히 중요한 물건을 쌓아 놓고 장사를 하시는 분이나, 집
에 중요한 물건이 있으신 분들, 그리고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 어두운 골목에 있어서 불안
하신 분들은 문단속을 항상 잘하시고 항상 주위를 살피시고 동네 파출소에 연락해서 순찰
할 때 그쪽을 살펴달라고 도움을 청하시고, 혹 여유가 되신다면 최근에는 저렴한 민간경비
서비스가 꽤 있으니 그 쪽도 알아보심이 어떨까 하고 권하고 싶다. 다시 하는 얘기지만 다
른 무슨 일들과 마찬가지로 범죄도 예방이 최고다.




이제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집앞에 두시지 않고 마당이 있는 앞집에 협조를 구해서 그곳에
밤마다 넣어 두시고 있다.(도둑놈들이 이거 알고 또 훔쳐가지는 않을런지 모르겠다.) 아버
지께서도 직접 경험을 하시고서는 내 물건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으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경찰인 자식으로써 죄송스러움은 금할 수가 없다.